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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빙글빙글_사는 이야기/__뭐라도 해보는 내 인생

9th 대신 크리에이티브 포럼 후기_[나의 아저씨] 박해영 작가

by goyeo 2023. 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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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th Daishin creative forum

_박해영 작가


대신증권에서 아홉번째 크리에이티브 포럼이 열렸다.
나의 아저씨, 또 오해영, 나의 해방일지를 쓴 박해영 작가가 강연자였다.
대신증권에서 참가신청 알림문자가 왔다. 참여하면 좋은 인사이트가 될 것 같아 신청을 했는데, 운좋게 당첨이 되었다. 동반 1인까지 참여할 수 있었는데, 나는 동반인을 못(?) 구해서 그냥 혼자왔다. ㅎㅠㅎ
지하철을 타고 오랜만에 명동에 갔다. 진짜 얼마만에 명동에 발을 디뎠는지 모른다. 히히.
마지막으로 명동에 왔던게 아마, 코로나로 한창이던 22년 봄에서 여름 그 어디쯤에 한 번 왔던 것 같은데, 벌써 1년이 지났다. 그땐 정말 사람이 없었고, 상점들도 문을 닫고 있었는데, 확실히 북적이는 모습이, 옛날의 명동의 모습을 다시 띄고 있었다. 

 
4호선 명동역에서 걸어서 10분, 2호선 을지로역에서 7-8분 정도 걸으면 나오는 대신증권 건물.
서울의 중심답게 높은 빌딩이 주는 삭막함과 웅장함이 있다. 햇살이 좋은 봄날이었지만, 중국에서 불어오는 황사 바람에 뭔가 텁텁한 날이었다. 이제는 서울에서 봄날의 산뜻한 공기를 마음껏 들이킬 수 없다는 아쉬움을 안고 명동 대신 파이낸스 그룹을 방문했다.

 
빌딩이 크니까 입구가 되게 여러 개였다. 아무래도 평일이 아니다보니, 정문 외에는 닫아놓은 것 같았다. 뒷문으로 들어가려다 잠겨있길래 당황하지 않고..^^ 다시 정문으로 당당하게 들어갔다. 대기업에 다녀본 적이 없어서 이런 건물 들어갈때 괜히 멋지고 신기한 기분..ㅎㅎ
 

 
5층에서 포럼이 진행되어서 바로 5층으로 갔다. 이번에 9차 포럼이었는데, 혹시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궁금해서 이전 회차 후기를 좀 둘러보고 갔었다. 이전에는 커피와 쥬스를 준비해놨다는 후기를 보고, 음료를 미리 준비하지 않았었는데, 막상 가보니 얼음물 말고는 따로 준비되어있던 것이 없었다. 좀 아쉬웠지만 당연한 서비스는 아니니 그러려니 하고 1층에 있는 아티제에서 라떼를 사서 다시 올라갔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데스크에서 직원분들이 친절하게 맞이해주시고, 접수를 위해 이름을 말씀드리면 종이 팔찌를 주신다. 번호가 적혀있었는데, 포럼이 끝나고 추첨을 통해 경품을 증정한다고 하셨다. 이런거 당첨되는 운이 항상 없는데, 항상 기대를 하게 된다. 사람이란..^^
그리고 QR코드가 있었는데, 작가님께 질문할 수 있는 코드였다. 옛날에 이런 토크 콘서트 같은거 가면 포스트잇에 손으로 적어서 붙였던 기억이 있는데, 이제 QR코드로 현장에서 모바일로 질문을 남기는 시대가.. 진작에 되었지만 새삼 시대가 많이 바뀌었구나 느낀다.
 
5층은 도서관 혹은 서점처럼 인테리어가 되어 있었다. 아마도 대신증권 직원분들이나 방문객을 위한 공간인 듯 싶다. 새삼 역시 대기업은 좋구나 하게 되는 순간..ㅎㅎ 다양한 서적이 많았고, 쉴 수 있는 공간도 너무 잘 되어 있었다. 앞쪽엔 카페도 있었는데, 평일에만 여는 건지, 아니면 행사할 때라 음료 만드는 소음 등을 고려하여 일시적으로 닫은 건지 모르겠으나, 운영하지 않고 있었다.
아마 8차 포럼에서 제공한 커피와 쥬스를 이 공간에서 주지 않았을까 싶었다. 
 
탁 트여있는 통창과 높은 층고가 주는 개방감과 편안한 공간 셋팅이 너무 좋았었다. 

 
포럼은 어떤 공간이 따로 있지 않았고, 5층의 한쪽 공간을 강연하기 좋게 만들어둔 것 같다. 평소엔 탁 트인 공간으로, 이런 행사가 있을 땐 강연 등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하기 좋게.
강연 시간이 2시부터 였는데, 한 30분 전쯤 갔는데도 사람들이 많이 대기하고 있었다. 이때만 해도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오셨다고 생각했는데 강연시간이 다 되어가니까 의자를 더 가져와서 세팅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왔다.

프론트에서 나눠준 종이 팔찌. 5층의 한쪽을 강연 홀로 만들어놓은 공간.


포럼은 2시 정각에 시작되었고, 아나운서분이 진행을 하셨다. 작가님 말씀에 따라서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다음 질문을 부드럽게 이어나가는 진행 능력이, 역시 아나운서다 싶었다. 
사실 당첨은 되었지만, 집순이 성격에 올까 말까 좀 고민했었는데, 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수한 옷차림, 선하지만 단단한 인상. 드라마가 작가님을 참 많이 닮아있구나 싶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나의 아저씨, 또 오해영, 나의 해방일지를 집필하셨다. 세 드라마 모두 정말 열심히 시청했던 드라마이고, 눈물 콧물 흘리면서 너무나 마음의 울림을 받았던 작품들이다.
 
여러가지 질문과 답변이 있었는데, 인상적이었던 부분을 글로 남겨본다.
 
1. 대본을 쓸 때 배우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또 수정을 하는지? 류의 질문이었다.
- 배우가 이해하지 못하는 대본은 잘못 쓴 대본이라고 생각한다. 배우와의 소통은 거의 없는 편이고, 감독님과만 소통하는 편.
 
2. 어디에서 영감을 얻고 집필하시는지?
- 모든 아이템은 내 안의 갈증에서부터 찾는다.
- 나의 아저씨로 성공했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금전적으로 넉넉한 것 외에 해갈된 게 없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그래서 나의 해방일지를 집필하게 되셨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인간을 멸시하며 살았다는 생각을 하셨고.. 이 이야기는 왜 하셨지..?ㅎ
 
3. 명대사가 많은 작가다.
- 기본적으로 늘어지게 설명하면서 지루한 대사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그래서 자꾸 말을 정제하고 함축하다보니 명대사가 나오는 것 같다고 하셨다. 그래서 그런지 집필 시간이 4~5년정도 되신다고.
많이 놀랬다. 그리고 또 오해영 방영 전부터 나의 아저씨를 집필하고 계셨다고 했다. 잘은 모르지만 드라마 작가님들 중에서도 집필시간이 긴 편 아니신가 싶다. 그 오랜시간 하나의 작품을 위해서 몇년을 쏟아부으면 얼마나 피로할까, 또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게 되실까 생각이 들면서, 작가님의 인간에 대한 시선이, 그래서 그렇게 느껴지는 거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4. 박해영 작가가 생각하는 행복이란?
- 편안함, 불안하지 않는 것.
  작가님은 어금니 꽉 깨물고 글을 쓴다고 하셨다. 잘 하는게 없으니까 글로써 증명해내기 위해서 그랬던 것 같다고 하셨다며 여러가지 또 이야기를 하셨는데 기억이..;
아무튼 결론적으로 맘 편하게 사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하신다고.
그리고 평소에 근원적인 마음에 대한 생각, 이 감정이 도대체 뭘까 많이 생각하신다고 하셨다. 그래서 작가님 드라마의 인물들이 그렇게 행동하고 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답변이 가장 핵심적으로 마음을 건드렸던 부분이다. 편안함, 세상에 몇 명의 사람이 온전히 편안하다고 느끼면서 살까.
우리가 친구들이나 가족이랑 이야기하다보면 행복이 뭘까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나의 대답도 그렇고 함께 대화하는 이들의 대답도 보통 행복에 이르는 조건에 대해서 이야기하게 되고 궁극적으로 행복에 대한 정의를 내리기 쉽지 않았는데, 생각해보면 궁극적으로 편안함을 위한 조건들이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번외로, '너는 사람을 참 편안하게 한다'라는 이야기가 얼마나 좋은 칭찬의 말인지... 또 내가 누군가에게 그런 말을 들어본적이 있었는지, 누군가에게 편안함을 느껴본 적이 있었는지도 깊이 생각했었다. 어렵다. 편안함. 
 
5. 나의 아저씨에는 좋은 어른들이 많이 등장한다. 따뜻한 느낌이 많이 드는데,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좋은 어른이란?
- 어른에 대한 생각을 안하고 집필했는데, 드라마 OST '어른'때문인지 더욱 좋은 어른에 대한 인상이 드라마에 많이 주입된 것 같다고. 그냥 인간 대 인간으로 생각하며 집필했고, 어떤 목사님의 말씀이 인상깊었어서 내가 누군가의 귀인이 되어야겠다라는 마음으로 쓴 것 같다. 극중 박동훈이 지안이의 귀인이 된 것 처럼.
극 중 아이유가 연기했던 지안이의 이름은 이를 지()에 편안할 안()이다. 지안. 마지막 화에서 한동훈이 우연히 지안이를 만나고 하던 말도, '지안, 이제는 편안함에 이르렀나?' 라는 대사였다. (이 비슷했다 아마도..^^) 아무튼 이런 대사조차도 작가님의 평소 행복에 대한 생각이 녹여들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6. 인생에 영향을 준 인물이 있다면?
- 누구나 그렇겠지만 인생에 영향을 주는 인물은 부모라고 생각한다고. 그런데 인생의 방향에 크게 영향을 끼친 의외의 인물들이 있는데, 생각보다 가깝지도 않고 끈끈한 인연이 아니었다고. 그게 다큐 집필하시던 교수님과 같이 작가활동을 하던 다른 작가님이라고. 교수님은 다큐하지 말고, 극작가를 하라고 하셨고, 다른 작가님은 그저 글이 좋다고 칭찬하고 좋아해주셨다고 한다. 그렇게 깊은 인연들은 아니지만, 생각해보면 그분들이 인생의 방향을 정하는데 영향이 컸다고 하셨다.
 

7. 나의 아저씨에서 동훈과 지안은 사랑이었나?
- 그걸 어떻게 규정하나. 존경과 연민, 안쓰러움, 애정 등. 복합적인 감정이 묻어있다. 작가님 본인은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감독님은 작가님 이야기를 찬찬히 들어보시더니 아, 그럼 저는 사랑으로 볼게요. 라고 하셨다고 한다.
꼭 작가와 감독의 의견이 일치해야만 좋은 드라마가 나오는게 아니다. 이렇게 의견이 달라도 괜찮고, 이렇게 하면 또 보는 이에 따라 여러감정을 느끼게 하는구나 생각이 들었다. 
 
8. 드라마 제목은 어떻게 정하시는지?
-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시다가, 제일 기억나는게 나의 해방일지 이름을 정할 때, 그저 해방일지 라고만 생각하고 집필하다가 이름 정할 때, '나의'를 또 붙이면 나의 아저씨도 그렇게 '나의'를 붙이는게 꼭 내꺼라고 표시하는 것 같아서 싫으셨는데, 감독님 설득에 넘어가셨다고 한다. 그래서 나의 해방일지 외에 또 어떤 예비 제목이 있었냐고 진행자가 여쭤봤더니 '올 겨울엔 아무나 사랑할거야'였다고. ㅋㅋㅋㅋ 유쾌하면서 주인공 염미정의 마음을 여실없이 드러내는 제목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어서 웃음이 났다. 그런데 역시 시트콤이나 주말드라마의 제목같아서 '나의 해방일지'가 딱이다 라는 생각이..
 
9. 여러가지 작품을 집필하면서 어떻게 인물들의 여러가지 감정을 안고 가시는지? 견디시는지? 이런 질문이었는데..
- 모든 사람은 그 안에 여러가지 인간이 있다. 내 속의 인물을 하나씩 꺼내서 극중 인물을 만들었던 것 같고, 거기에 나와는 다른 속성을 붙여서 인물을 만들었다.
결론적으로 질문에 대한 답이었나 모르겠는데, 아무튼 앞에서 이야기 하셨던 어디에서 영감을 받으셨는지에 대한 답변의 연장이라고 생각.. 아이디어를 내 안의 갈증에서 찾는다고 하셨는데, 극중 인물에 대한 설정도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싶다. 사람은 누구나 다양한 페르소나가 있는데, 이걸 극중 인물에 녹여내고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작가가 아닌가 하는 생각..
 
10. 다음 작품은 어떤 내용으로 집필하고 계시는지?
- 질감만 잡았다. 여지없는 마음의 감정, 불특정한 하나의 감정을 잡았을 뿐.. 이렇게 밖에 말을 못하겠다.
뭔가 스토리가 있긴 하신것같은데, 그게 완성이 될지도 모르고, 방향이 완전히 바뀔 수도 있으니까 그냥 대강 이야기하신 것 같다 ㅎㅎ 그럴만도 한게, 집필 기간이 4년정도 되시는데, 나의 해방일지 끝난지 얼마 안되어서 뭔가 줄기가 잡혀있어도 평균적으로 3년은 더 집필하셔야 완성되실텐데 그 안에 얼마나 많은 스토리가 생기고 없어질지 모르는거니까.. ㅎㅎ 아무튼 또 다른 인생드라마 생기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토크가 모두 끝나고 종이팔찌에 있던 번호로 추첨을 했는데, 당첨된 3분께 작가님 친필싸인이 있는 나의 아저씨 대본집을 선물로 주셨다. ㅠㅠ 이번엔 운이 따라주길 기대했는데, 역시는 역시.. 당첨되신 세분 축하드리며.. 좋은 경험에 대한 기록, 끝.
 
 
번외로 바로 옆자리에 아빠한테 끌려온듯한 청소년 친구 한명이 앉았는데. 너무... 산만했다. 집중을 흐리게 하는 행동을 너무 많이해서 진짜 아쉬웠다. ㅠㅠ 다리도 너무많이 떨고 한숨 푹푹 쉬고 핸드폰도 무음을 안했는지 카톡하면서 타자 효과음이 계속 들렸다. 아마 부모님이 자녀가 어떤 인사이트라도 얻었으면 하는 마음에 데려오신 것 같은데, 내 경험 상, 부모님이 좋은데 끌고 다녀도 내 마음에 안드는 건 안드는 거고, 마음에도 기억에도 남지 않는다. 부디 가기 싫어하는 친구들 미술관, 박물관, 강연 등등 끌고 다니지 않으셨으면... 본인 마음이 움직여야지 좋은 추억이 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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